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건축 데이터의 ‘디지털화’ 통해 건축산업의 선순환 체계 구축하다

사진=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건축 데이터의 ‘디지털화’ 통해
건축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체계 구축하다

이승기 하우빌드 대표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불합리함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자신에게 큰 피해가 없다면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모순적인 상황을 회피하거나 묵인하곤 한다. 이승기 대표는 하우빌드의 시작점을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 건축 현장에서의 잘못된 관행과 프로세스 때문에 건축주, 건축사, 건설사가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건축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세웠다.

하우빌드는 이러한 이승기 대표의 꿈에서 시작한 서비스로 건축계획부터 준공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건축주, 건축사, 건설사가 함께 살펴보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축 IT 플랫폼이다. 건축에 데이터를 더해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이승기 대표를 만나, 그의 남다른 철학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글_김유위 기자, 김민진 기자

현장의 수많은 건축 정보를 디지털로 제공하다

건축은 상당히 많은 자본이 투입되는 분야다. 전문적인 건축업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축주가 되어 자신만의 건물을 짓는 경험은 많아야 한두 번뿐이다. 평생 모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완공되는 데까지 2~3년, 길게는 4년 넘게까지 걸리는 기나긴 작업이지만, 건축은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영역이기에, 현실적으로 건축주는 건축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를 찾아 의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건축산업이 전문적이고 복잡한 분야이기에 건축주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건축은 어디에 어떤 자재를 쓰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건물의 목적이나 설계, 시공사의 역량에 따라 시공 기간도 달라진다. 건축의 비용이나 기간, 내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들을 건축주가 하나하나 공부하고 이해할 수 없으니, 건축주는 건축사 또는 건설사에 모든 과정을 일임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서로 소통에 문제가 생겨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 건축계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건축업계를 잘 모르는 건축주들은 단순하게 건물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건축 정보가 생겨나고 이 정보들로 인해 비용과 시공 기간 등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들은 지금까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어요. 건축주가 알아도 이해하기 힘든 전문적인 정보인 데다가 건설사들은 이 정보들을 자신들의 노하우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확한 건축 정보가 신뢰를 만든다’라는 신념에서 이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 놓은 플랫폼을 구상했습니다. 이것이 하우빌드의 시작이었죠.”

2003년도에 설립된 하우빌드는 그동안 현장의 수많은 건축 정보를 디지털로 제공하고 있다. 첫 시작은 정확한 건축 정보의 공유였지만,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해 지금은 건축계획부터 준공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일한 건축 IT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우빌드의 서비스는 건물을 올리기 전, 토지 검토부터 시작된다. 건축을 계획하는 건축주는 하우빌드에서 이 토지에는 어떤 용도의 건물을 세울 수 있고, 수익성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기초 자료를 제공받아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를 스케치 서비스라고 하는데, 3D 모델링 작업을 통해 공사비용과 예상 기간, 토지에 대한 정보 등을 건축주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다.

사업계획서가 만들어지면 건축주와 건축사가 만날 수 있는 아키히어라는 플랫폼으로 넘어간다. 아키히어에서는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건축주가 올린 요구사항을 다수의 설계 사무소가 확인하고 설계의견 제안, 건축주와 계약을 맺게 된다. 설계도가 만들어지면 공개입찰이 진행된다. 동일한 조건의 설계도를 보고 건설사별로 견적서를 제출하고, 건축주는 여러 건설사의 견적서를 비교해 최적의 건설사를 선정해 공사를 시작한다.

“공사비 지급 방법, 자재, 일정 등 동일한 조건 하에서 입찰이 진행됩니다. 건설사별로 제안한 견적서가 나오면 저희 측에서 견적 금액에 대한 보고서와 건설사의 시공 능력, 신용평가 등급 등을 포함한 건설사 보고서를 제공해요. 그러면 건축주가 직접 건설사를 선정해 공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공사를 진행할 때도 하우빌드의 공사관리 시스템이 활용된다. 웹페이지에 매일의 공사현황이 등록되고 자재는 어떻게 들어왔고, 장비는 무엇을 썼으며, 몇 명이 일을 했는지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건축 과정에서 가장 큰 분쟁사항 중 하나인 공사대금도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된다. 계약에 따라 협의된 방식으로 기성금이 자동 계산되고 지급되기 때문에 공사비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제로에 가깝다. 또한 하우빌드에서는 2주에 한 번씩 현장을 직접 방문해 품질 검사와 기성 검사를 진행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건설 이해관계자 모두가 같은 건축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약 558건의 공사현장이 하우빌드를 통해 준공했고,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7000여 개에 이른다. 국내 건설사의 25%에 달하는 건축 면허를 가진 3000여 개의 건설사는 하우빌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사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여기에 플랫폼을 운영하며 쌓아온 1만 500여 개의 건축 데이터는 고스란히 공개되어 건축주가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원하는 형태의 건축을 시도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건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한 건축 시장을 만들기 위한 하우빌드의 여러 노력은 다방면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2021년 2월에는 13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2022년에는 45억 원, 2023년에는 15억 원을 투자받아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220억 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스마트건설 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건축업계에 패러다임을 바꾸는 하우빌드지만, 이들의 시스템이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입찰 정보를 웹에서 공개했을 때는 협박 전화에 시달리기도 하고,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 공사비 자체가 본인들의 노하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더군다나 제가 건축을 전공한 것도 아닌 아웃사이더라서 사업 초기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점차 저희의 진정성을 많은 분들께서 알아주시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건축과는 전혀 무관한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IMF로 취업이 힘든 시기에 졸업을 하며, 건축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장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며 현장 소장까지 맡았던 이 대표는 일을 하면서도 건축 업계에 만연한 불합리함에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공사비용이나 건설사별 견적 비용, 자재별 금액 등 대부분의 건축 정보는 건축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모든 정보는 아날로그로 전달되어 현장에 있는 직원들끼리도 서로 다른 정보를 기반으로 공사가 진행되며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었다. 이 대표는 공사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정확한 건축 정보가 모두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우빌드를 구상하게 되었다.

“핵심은 디지털 데이터였습니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가 있어도 이를 건설 이해관계자 모두가 확인하고 공유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같은 정보를 공유하려면 건축 정보의 디지털화가 필요한데, 건축업은 디지털화에 인색한 산업 중에 하나였어요. 건축의 시작부터 끝을 연결하고 관련 데이터를 모두가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면, 건축산업에 신뢰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 시스템의 힘

건축은 자재 변경이나 설계 변경, 공사 기간 등 공사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굉장히 많기에 정형화된 공사비를 책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같은 공사라도 건설사 별로 공사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주는 이 같은 공사 현장의 애로사항을 모르기에 건설사가 가격을 인상하거나 변경하면 자신을 속인다는 생각을 하고, 건설사는 자신들을 믿지 못하는 건축주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에, 서로 간의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 이 대표는 이처럼 건축산업에 팽배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하우빌드의 여러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했다고 말했다. 건설 효율 측면에서도 하우빌드는 탁월한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축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올해 7월에 론칭한 스마콘이다.

“스마콘은 3D BIM 웹 솔루션입니다. 설계도면을 3D 모델링으로 구현하고 건축에 필요한 정확한 물량까지 한 번에 산출해서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가장 기본이 되는 토목 공정에서부터 3D 모델링이 가능해 공사의 전체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약 90% 개선할 수 있고, 견적 준비 시간은 62%까지 단축할 수 있습니다.”

통상 설계 도면은 2D로 만들어지지만, 2D 도면은 표현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가 있기에 같은 도면을 보고도 이해가 달라지는 경우가 꽤 많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2D 도면을 기반으로 3D 모델링을 실시, 2D와 3D 모델링을 비교해 오류를 확인하고 필요한 자재와 데이터를 집어넣는 프로그램이 스마콘인 것이다. 스마콘은 건축 현장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데이터를 디지털화해서 공유하고자 하는 하우빌드의 비전과 꿈이 담긴 기술인 셈이다. 스마콘을 비롯해 건축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이 대표는 하우빌드의 기술들이 현장의 수많은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만 개의 건축 현장이 있다면 현장별로 각각 천 가지가 넘는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들을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따로따로 해결했는데요. 데이터가 잘 축적되어 있고,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다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의 약 80%는 시스템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디지털의 힘이니까요.”

정확한 건축 정보와 디지털화로 인해 건축산업의 생태계에 선순환을 일으키는 하우빌드는 건축 데이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건축 IT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건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하우빌드를 통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이 대표. 이제는 생존의 문제로 떠오른 디지털 전환을 통해 건축산업에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그들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사진제공_하우빌드

profile

기업연혁

2003년 3월 하우빌드 설립
2007년 8월 법인 설립
2009년 10월 ISO-9001:2008 인증
2009년 12월 2009 우수중소기업상 수상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청장상 제 337 호)
2010년 2월 벤처기업확인
2014년 9월 하우빌드-우리은행, 공사 대금 안전 관리 서비스 시행
2017년 11월 공감 기업부설연구소 인정
2019년 11월 Series A 30억 원(뮤렉스파트너스, 어니스트펀드 각 15억 원) 투자 유치
2021년 1월 Series B 83억 원 투자 유치
2021년 8월 맞춤건축(원스톱 PM 서비스) 론칭
2021년 9월 하우빌드-하나은행 부동산/건축 및 금융자문 분야 전략적 제휴 MOU 체결
2022년 2월 Series B Bridge 34억 원 투자 유치
2022년 4월 국토부 그린리모델링 연구 과제 참여(총 연구비 250억 원, 하우빌드 연구비 63억 원)
2022년 7월 공사 관리 2.0 론칭
2023년 7월 BIM 자동화 제품 fender 개발 론칭
2023년 8월 Series B Bridge 15억 원 투자 유치
2024년 7월 BIM 자동화 제품 smacon 리뉴얼 론칭
2024년 9월 BIM 국내 신규 특허 3건 등록
2024년 9월 국토교통부 선정 국내 20개 스마트건설 강소기업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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