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수 열매아동발달연구소 대표, 사랑으로 빚어낸 ‘성장의 길’ 아이들과 함께 걷다

사진=권지수 열매아동발달연구소 대표

사랑으로 빚어낸 성장의 길,
아이들과 함께 걷다

권지수 열매아동발달연구소 대표

모든 발달에는 처음이 있다. 발달 과정 없이 하루아침에 성인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처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마다 발달의 시작점이 다르고, 처한 환경에 따라 속도와 방향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는 마치 ‘스펀지와도 같다’는 말처럼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양육자와 지도자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열매아동발달연구소의 권지수 대표는 성장발달이 필요한 모든 아이의 첫 걸음마에 집중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발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칠 구성원을 모집해 현재의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 밖에 소아재활전문가의 직업적 가치를 이야기하며 후배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행복한 사회를 위해 앞장서는 열매아동발달연구소 권지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글_김진욱 기자, 임윤아 기자

아이들의 ‘위대한 첫 걸음’을 위하여

열매아동발달연구소 권지수 대표는 신촌 세브란스 재활병원에서 소아물리치료사로 시작해 20년 가까이 아이들과 함께해 왔다. 그간의 아동발달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2021년 위례에 아동발달센터인 ‘열매아동발달연구소’를 설립했다. 방문재활을 하며 아이들이 좀 더 온전하게 갖춰진 환경에서 체계적인 수업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설립된 열매아동발달연구소, 점차 영역을 확장해 운동발달·자세교정·소근육·인지·연하·언어 재활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중 대근육 운동발달은 모든 발달의 기반이 되며 이를 바탕으로 소근육, 인지, 언어 등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모든 수업마다 아이들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열매아동발달연구소의 숨은 운영 비결이다. 소속 선생님마다 하나같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애정하는 것은 물론, 각 분야별로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다. 심혈을 기울여 구성한 덕에 아이들은 실력과 인성 모두 갖춘 선생님 밑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선생님과의 개별 상담을 통해 세심한 관리로 이어진다.

전 세계 모든 아이의 발달에는 시작이 있다. 언제 시작하는가에 따른 차이는 발생할 수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아이의 모든 시작과 처음은 대체되지 않는 감동으로 손꼽힌다. 모두가 첫 뒤집기, 첫 걸음마, 첫 옹알이로 세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중 시간이 흘러 3살, 4살이 되었음에도 걷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는 ‘첫 걸음마’에 대한 간절함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권 대표는 수업을 하다가 아이의 기적 같은 처음을 마주할 때면 순간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감동이 밀려온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구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수업이든지 간에 아이들의 미래를 섣불리 재단하지 않으며 여전히 처음이라는 선물을 만들어 가고 있다.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지만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아이가 새로운 걸 처음 해내는 때입니다. 첫 걸음을 오랜시간 정말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는데요. 수업 중 기다리던 첫 걸음을 떼던 그 순간, 모두가 너무나도 기다려왔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그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어떠한 연령대든, 어느 정도의 발달 상태든 최선을 다해 최대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른둥이, 사경, 발달지연, 뇌 병변, 염색체 및 유전자 질환 등으로 운동 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며 운동 발달을 향상시키고 촉진하는 데 노력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아이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기능할 수 있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권 대표는 운동 발달 및 소아 자세 교정에 관한 유튜브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학생과 신규 치료사를 위한 온·오프라인 강의 역시 계획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른둥이, 저체중뿐만 아니라 원인 모르게 운동 발달이 늦어지는 영유아가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 특성상, 전과는 다르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실내 활동이 많고, 활동적인 움직임을 할 기회가 줄어들어 자세성 사경, 척추측만, 평발, 안짱걸음 등의 문제를 가진 아이들도 늘어났다. 이러한 문제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교육을 활성화하여 각 부모님과 전문가가 올바른 운동 발달부터 자세 교정까지 실질적인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다. 용돈을 저금하듯 운동을 배우고 실천하는 아이들이 늘어날수록 훗날 운동과 건강관리를 어렵게 여기지 않으며, 미리 다양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를 위해 열매아동발달연구소는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소아재활전문가의 길, 함께 가치를 이뤄나가는 일

권 대표가 처음 소아재활을 접하게 된 건, 대학생 시절 소아물리치료학 교수님의 추천 덕이었다. 지역사회 장애아동을 학교로 불러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이때 진행한 운동수업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다. 국내 최정상의 소아 재활을 진행하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목표로 삼아 소아물리치료사로서 일하며 현장을 지켰다. 다만, 이론적으로 배운 내용과 실전의 격차는 생각보다 컸다. 병원 내 선배님의 지도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내부 교육 시스템을 듣고 새기며 외부 교육 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이론과 실전의 격차를 차츰차츰 줄여나갔다. 오늘날 소아재활전문가의 길은 결코 녹록지가 않은 길이다. 아이마다 사례가 다 다르고 잡아야 하는 방향성이 다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론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다수의 조언과 경험을 적절히 조합해 그다음 스텝에 적용했듯이 권 대표는 이후 자라나는 후배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기록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소아재활전문가의 길은 녹록지 않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걸어야 하는 길이다. 아이들의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주는 첫 번째 지도자로 남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권 대표는 아이들을 도움과 동시에 자신도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바로 자라나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소아재활은 당장 아이의 삶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가족들 삶까지 크게 변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한 가정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가정이 모이고 모여 사회를 변화시킨다. 누군가 반드시 이어서 걸어야 하는 길이니만큼 아이를 사랑하고 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소아재활전문가의 길을 한 번쯤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앞서 설명했듯 녹록지 않은 부분도 있겠지만 하나의 직업으로서 소아재활전문가는 분명 가치 있는 선택지일 것이다.

“올해로 벌써 19년 차가 되었습니다. 한 가지 업을 이렇게 오랜 시간 애정하고 지속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 가치관은 ‘더불어 행복하게’인데 이러한 꿈을 갖게 해준 건 다 아이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길을 걷고자 하는 모든 후배님들, 오래전 제가 그랬던 것처럼 선배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협력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 대해서, 특정 사례에 대해서 잘 모르겠으면 얼마든지 곁에서 알려주고 조언해 줄 선배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혼자 고민하다 포기하는 사례를 몇 번 목격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아이와 부모님 모두 저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만큼 힘들더라도 함께 이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유년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 없이 어른이 된 경우는 아무도 없다. 권 대표는 세상 어떠한 아이든 듬뿍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대기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사랑의 원천을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사랑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어야 한다. 장애아동을 향한 작은 인식개선 하나가 사회에서의 편안한 공동체 생활로 이어지고, 같은 한 공간을 일상으로 나눌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인식개선 활동이 필요하다. 권 대표는 조금이라도 인식개선 방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향후 블로그 포스팅 활동, 영상 제작 및 홍보 활동 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꼭 저희 연구소로 찾아오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이들의 웃는 모습, 걷는 모습, 사소한 모습 하나하나 눈에 담게 됩니다. 아이들은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거든요. 저랑 같이 있을 때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는 느낌입니다. 이토록 예쁜 아이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건 결국 아이들을 행복하게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즐거운 수업, 더 좋은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아이는 받는 사랑만큼 사랑을 주는 존재다. 오히려 받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돌려주기도 한다. 소아재활은 아이와 보호자, 선생님 모두 한배를 타고 사랑이란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이다. 열매아동발달연구소는 보호자와 아이들이 성장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곳이기도 하다. 더불어 가정과 사회를 연결하는 단단한 징검다리인 셈이다. 열매아동발달연구소 권지수 대표는 아동발달·소아재활전문가로서 조기재활의 중요성과 소아재활의 방향성 등을 알리는 데 기여하며, 가정 내에서도 좀 더 쉽게 보호자가 아이를 케어하고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사랑을 말하는 사회, 권 대표가 이야기하는 사회가 머지않았다.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 자체로도 충분히 존중받고 사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위클리피플>도 응원해 본다. 사진제공_열매아동발달연구소

profile

열매아동발달연구소 대표원장
신구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외래교수(아동발달, 소아물리치료학)
단국대학교 특수교육대학원 물리작업치료전공 석사졸업
신촌 세브란스 재활병원 소아물리치료팀
종로 푸르메재활센터 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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